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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누아르 & 미딕(Mythic) 세팅 + 장면 1 플레이

실망 2017. 7. 5. 17:30

어느 날 문득 갑자기 심심해졌다. 심심함을 도저히 참을 수 없게 된 나는 이전부터 벼르고 있었던 미딕 솔로 플레이를 해보기로 했다. 그에 적절한 룰은 적당히 가볍고 적당히 객관적인 룰이어야 했다. 즉 여기서 페이트코어나 AWE(던전월드, 아포칼립스 월드 등)는 제외되었다. 그러면 무엇이 있을까. 곰곰히 생각해보니 이전에 내가 플레이어 가이드를 번역해둔 룰이 하나 있었다. 바로 테크누아르(Technoir)다.


테크누아르는 High tech, Low life라는 전형적인 사이버펑크 세계를 녹여낸 룰이다. 사실 기본적으로 돌아가는 메카닉은 페이트코어나 AWE랑 똑같다. 물건이 있고, 태그가 있으며, 형용사가 있다. 대신 기본적인 틀은 마련되어있는데다 실제 판정에는 태그 등은 크게 영향을 못주는 일이 많다보니 어느 정도 객관적인 편 아닐까 하고 선정하였다. 사실 그냥 하고 싶기도 했고.



사용 트랜스미션은 프랑크푸르트 메인 시티플렉스다. 이것은 모든 유럽 금융활동의 중심지가 된 프랑크푸르트 안의 어느 시티 플렉스의 이야기이다. 플렉스 안으로는 부와 잘 가공된 기술, 그리고 친환경적인 조경이 가득하지만 바깥으로는 빈곤, 피폐한 삶만이 가득하다. 이러한 플렉스 안팎으로의 극명한 대비와 계층갈등은 점차적으로 커져, 플렉스 안쪽에서는 폭력적인 데모가 끊이지 않는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설계한 이는 플렉스의 바깥 지구에서 조심스레 현 사태를 관망하고 있다.




캐릭터 메이킹을 시작해보았다. 이름은 Umukoro Shyam. Program은 배달부, 수사관, 수사관이다. 배달부로서는 잠깐의 경력만 쌓은 것이지만, 수사관으로서는 퍽 전문적인 셈이다. 전체적인 능력은 회유(Coax)나 작동(Operate), 사격(Shoot), 치료(Treat)에서는 열세지만, 감지(Detect), 싸움(Fight), 해킹(Hack), 이동(Move), 배회(Prowl)에서는 강세를 보이고 있다. 가지고 있는 고정 형용사는 날렵한, 직감적인, 그리고 끈질긴 이다.


장비는 바커피스톨, 코트, 헤드잭, 반사자극기, 사이버 레그, 라우터 패치, 사이버 핸드를 달았다. 스플라이스(Splice)를 이런 식으로 한꺼번에 달아도 되는 건지는 잘 모르겠구나… 아마 안될 것 같지만 어차피 솔플이니까 그냥 로망 충족해서 해보기로 했다.


간단하게 배경을 작성 완료한다.


어쩌다보니 경찰에 몸을 담게 되었는데, 기왕 하게 된 거 이전의 배달부 경력을 살려서 열심히 하던 중, 갑작스런 사고에 동료가 의문스러운 죽음을 당했다. 다들 남일 얘기하듯 뒤에서 혀를 차며 안됐다고 값싼 동정을 해댔지만, 우무코로는 진정 이 친구가 왜 죽음을 맞이한 것인지 알고싶었다. 그리고 나름대로의 조사를 해보았지만, 이에 대한 기록은 철저히 베일에 쌓여있는 상태. 우무코로는 그 자신이 상당히 위험하고 거대한 영역에 손을 대고 있다는 것만을 깨달을 수 있었다. 나 또한 남들과 마찬가지로 그저 모른 체 하며 방관할 것인가. 도시의 비명소리를 못들은 체 하면서 실낱같은 목숨을 하루하루 연명할 뿐인 삶을 살아가는 것만으로 정말 족한 것인가. 그 대답에 우무코로는 "아니" 라고 확실히 말할 수 있었다.


동료는 어떻게 죽게 되었을까? 사실은 그들이 어째서 동료의 죽음을 은폐한 것인지, 동료의 이름은 무엇인지조차 아직 정하지 않았다. 진행하다보면 생각나겠지. 하지만 일단은 플렉스 바깥쪽의 슬럼에서 '갱에게 살해당했다'는 식으로 은폐되었을 것 같다. 적어도 표면상으로는 말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이다. 그런데 시작도 하기 전에 지치기 시작했다. 먼저 자몽주스 한 잔을 따라놓고 시작한다.






Scene #1


우무코로는 플렉스 바깥의 한 외진 슬럼에 위치해있다. 뒷골목에는 더러운 하수구 냄새와 함께 전날 죽은 동료의 흔적이 무심히 남아있다. 그 주위로는 어제의 비 탓에 일부가 씻겨진 핏자국이 아직 남아있다. 주변엔 낡아서 다 쓰러져가는 모텔 정도를 제외하면 거진 주거용 건물들이다. 많은 건물들은 현재 사람이 없는 폐가 상태이긴 하지만 말이다.


§ 10면체를 굴린다. 5가 나왔다. 홀수이므로 원래 준비한 장면 대신에 대체 장면이 나온다.

하지만 여기서 적당한 대체 장면을 생각해낼 수 없다. 랜덤 이벤트 표를 굴린다. Desert Tactics. 무언가를 버리는 전술인가? 그렇다면 그것은 무엇을 버리는 것인가? 아군을 버리는 것? 일단 그런 것 같다.


좋은 생각이 하나 났다.

우무코로는 동료의 죽음의 흔적을 보며 상념에 잠겨있었다. 하지만 그때, 멀리서 폭발음이 들려왔다! 우무코로는 서둘러야 했다. 플렉스 바깥이라고 완전히 무정부 상태는 아니어서, 정규 경찰과는 조금 다르긴 하지만 '객원 경찰'이라는 것이 존재하기에, 조금의 시간이 지나면 그들이 수상함을 감지하고 들이닥칠 것이다. 한 시가 급하다!


여기서 첫 번째 질문. 폭발은 우무코로가 달려가서 10분 거리 내에는 있을까? 플렉스 바깥의 풍경은 대략 구룡성채 비스무리한 느낌인지라, 건물의 밀집도가 꽤 높은 편이다. 따라서 비교적 가까운 폭발도 소리가 막혀서 아주 멀리있는 것 처럼 들릴 법 하다. 답은 Likely(아마도)! 결과는 Exceptional Yes다. 나는 여기에 이러한 해석을 곁들인다.

폭발음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들려오고 있는 듯 보였다. 적어도 플렉스 바깥에 자주 와본 우무코로는 그 특유의 감각으로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거기로 바로 갈 수 있는 길이 나있지는 않고, 대신 빌딩숲의 사이를 건너야했다.




그럼 여기서 판정의 시간이다. 지금 있는 곳에서 5층까지 달려 올라간 뒤, 창문밖의 좁은 간판 위에 올라 중심을 잡으며 끝까지 걸어가다가 약 2m 가량의 거리를 뛰어야한다. 고심끝에 난이도 3정도면 괜찮으리라는 결론을 내렸다.


★ 주사위 결는 4가 나왔다. 가뿐한 성공이다.

우무코로는 고양이와 같은 날랜 몸놀림으로 사뿐하게 도약하여 5층 난간을 붙잡고 그대로 반동을 이용해 4층을 향해 날아들었다.


위치를 특정할 수 있었을 지는 모르겠지만, 판정이 성공했기에 이것 또한 같이 성공한 것으로 치는 게 그럴싸 해보였다. 우무코로는 폭발음이 4층 정도 높이에서 났을 거라고 확신하고 있다. 잠깐 동안 그렇게 수색해본 결과, 폭발의 진원지를 찾을 수 있었다.

그곳에는 머리가 터지고 내용물이 산산히 찢겨져서 검게 그을린 바닥에 나뒹구는 시체 한 구와 함께 반쯤 열려있는 책상 서랍, 바닥에 흩날리는 서류 뭉치, 깨진 유리창, 경첩이 뜯겨져있는 나무 문 등이 있었다. 아마도 이 시체가 무언가의 장치를 가동시켜 폭발을 일으킨 것이리라.


그럼 여기서, 일부러 조사하는 사람을 조지기 위해서 폭발물을 설치할 생각까지 해둔 싸이코 자식이 숨기려 들었던 게 무엇인지가 관건이 되었다. 일단 판정을 해보기로 했다. 폭발물 부비트랩을 피하여 조심스레 조사를 하면서도, 곧 들이닥칠 객원 경찰을 피해 빠르게 조사해야했다. 난이도는 4 정도가 적당하리.


★ 주사위 결과는 6이 나왔다. 이 정도면 가뿐하지.


그래서 무얼 숨긴걸까? 무언가 정치적인 물건인가? Likely(아마도) 그렇지 않을까?

100면체를 굴린다. 5가 나왔다. 이쯤되면 특정 정치인을 저격하는 거나 다름 없지 않을까? 그렇다면 배후에 누가 있는지는 명확해질 터다. Transmission에 있는 '물건' 중 '데이터' 가 가장 적절해보였다.[각주:1]


이름은 아비후 펨머(Avihu Femme). 예순 쯤 되는 노인네다. 여기서 이 노인네에 대해 몇 가지 의문 사항이 들었다.


첫 번째 질문. 이 자는 민중에게 널리 지지를 받고 있는가? 흠. 모르겠는걸. 일단 50/50으로 해보자. 100면체를 굴린다. 57이 나왔다. 민중 친화적인 정치인은 아닌 모양이다.

두 번째 질문. 이 자의 세력은 강한가? 즉 바꿔 묻자면 소속 당이 집권당인가? 도 될 수 있겠다. 한나라당 때문일까, 민중 친화적이지 않은 정치인들은 집권당이리라는 생각이 든다. Somewhat likely(어느 정도) 로 한다. 100면체를 굴린다. 68이 나왔다. 집권당 소속이군.

세 번째 질문. 그러면 집권당 중에서도 주류 세력인가? 그러니까, 한나라당 안에서도 친박, 친이 계열 등등이 있지 않은가. 거기서도 제일 센 놈과 붙어먹는 놈이냐 이거다. 아무래도 아주 적극적인 비리를 저지른 것을 보아 이 녀석은 정치력이 좋은 놈 같아보인다. Very Likely(가능성이 매우 높은). 100면체를 굴린다. 63이 나왔다. 얼레? 아무래도 주류 세력은 아닌 모양이군.


아무튼 그러면 질문은 여기까지로 하고.


우무코로의 코는 속일 수 없었다. 곧이어 그는 무언가 수상해보이는 칩을 하나 발견했다. 보아하니 전용 어댑터와 연결하면 우무코로가 뒤통수에 이식받은 헤드잭을 이용해 읽어낼 수 있는 모양이다.

그러나 여기서 선택의 때가 왔다. 이걸 헤드잭으로 읽어낼 수는 있다. 하지만 그 뒤에 무슨 일이 일어날 지는 모른다. 물리적으로 폭발물 부비트랩을 설치해놓기는 했지만, 그것은 1차적인 것일 뿐, 2차, 3차적인 함정을 설치해놓았을 지도 모른다. 우선 그 자리에서 읽고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당장에라도 경찰이 들이닥칠 수 있다. 오늘의 수확은 여기까지로도 충분하다는 생각과 함께 을씨년스런 폐가를 벗어나려 한다.


그러나 잠시 뒤, 우무코로는 책상 위에 놓여있는 작은 사진을 발견한다. 그것은… 자신이었다. 이제는 죽고 없는 동료와 어깨동무를 한 채 환하게 웃고있던 자신. 그렇다는건…


하지만 더 생각할 시간은 없었다. 그 길로 바로 뛰쳐나가는 우무코로. 다음 장면에서 계속된다.

  1. 데이터 탈세에 쓰인 수천개의 계좌번호, 잔고, 거래 내역이 들어있는 반도체 칩 #도난됨, 암호화, 귀중품, 아주 작은 [본문으로]